시니어 칼럼

웰라이프용기 있는 뮤지션의 빛나는 굿바이 투어(Goodbye Tour)





알츠하이머병 진단 후 425일간 150회 공연을 한 팝가수 글렌 캠벨


 

음악은 타임머신이다. 어르신들은 한순간에 자신의 기억을 소환한다. 어르신 수업에서는 회상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지, 글, 영상 등 여러 방법으로 다양한 이야기 멍석을 펼쳐 드릴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음악만 한 것이 없다.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자신감 넘치던 그 시절 음악을 틀어드리면 온갖 즐거운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몇 년 전에 팝 음악 의 가사인 “Today, while the blossoms still cling to the vine”를 읊조리다 그다음 가사를 모르니 허밍으로 흥얼거리며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르신 한 분이 다가와 젊은 사람이 어떻게 글렌 캠벨(Glen Campbell)을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사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 이름이 글렌 캠벨인 줄 몰랐다. 우리나라에서는 존 덴버(John Denver)의 노래로 더 알려져 있는데, 원곡은 뉴 크리스티 민스트렐스(The New Christy Minstrels)라는 포크그룹이 발표했다. 그냥 오래전 어디선가 이 노래를 들었고 듣기 좋아 기억나는 멜로디 부분만 흥얼거린 것뿐이다. 그날 필자는 어르신들을 옛 음악 타임머신에 태우고 50분간 신나게 시간 여행을 했다. 




치매를 겪어도 당당했던 뮤지션, 글렌 캠벨



글렌 캠벨(1936–2017)은 미국의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다.<Rhinestone Cowboy>, <Gentle on My Mind>, <Wichita Lineman> 등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특히, <Time>은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다. 앞서 필자가 흥얼거린 <Today>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명곡이다. 컨트리와 팝을 넘나드는 음악으로 많은 팬의 마음을 위로했고, 미국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뛰어난 기타 연주 실력으로 많은 뮤지션과 협업한 멋진 아티스트다.


이렇게 뮤지션으로 활발하게 활약하던 글렌 캠벨은 2011년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대중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음악 활동을 계속했다. 자신의 투병 과정을 대중과 공유하며 치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알츠하이머병 진단 이후 그는 음악의 힘과 가족의 사랑을 통해 용기 있게 치매를 경험하는 삶을 이어갔다.


캠벨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마지막 투어를 기획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425일 동안 약 150회 공연을 했으며, 카네기 홀(Carnegie Hall)과 할리우드 볼(Hollywood Bowl) 등에서 투어 공연을 이어갔다. 

공연하는 동안 가족이 항상 함께하며 그를 보살폈다. 비록 공연 중 몇 번의 가사 실수와 연주가 중단되는 등 혼란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관객들은 그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고 감동받았다. 그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치매 환자와 그 가족에게 용기를 주었다.


글렌 캠벨과 그의 가족은 알츠하이머병과의 투병 과정을 다큐멘터리 <Glen Campbell: I'll Be Me>에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투어 중 그의 투병 과정과 점점 병이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치매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며,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 그리고 치매 환자에게 가족의 지지와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달했다.

글렌 캠벨의 Goodbye Tour와 음악 활동은 치매 환자에게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치매로 인해 말과 기억을 잃어가지만, 음악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글렌 캠벨의 빛나는 마지막 여정은 치매 환자가 음악 치료를 통해 기억 자극, 정서적 안정과 자기표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



1970년대를 라떼 시절로 기억하는 어르신

197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은 글렌 캠벨의 <Time> (1969년 3월 발매) 가사를 보면,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게 수긍이 간다. 그 시절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산업화가 이루어졌지만, 정치적 억압과 사회적 갈등이 극심했다. 유신 체제로 대통령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민주화 운동이 본격화했고, 사회적 불만이 커지면서도 경제 성장의 발판이 만들어졌다.




Some people run Some people crawl

Some people don't even move at all

어떤 사람들은 달리고, 어떤 사람들은 기어가고,

어떤 사람들은 아예 움직이지 않아요.


Some roads lead forward

Some roads lead back

어떤 길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어떤 길은 뒤로 돌아가게 하죠.


Some roads are bathed in white and some wrapped in black

어떤 길은 하얀 빛으로 물들고, 어떤 길은 검은색으로 감싸여 있어요.


Some people never get and some never give

어떤 사람들은 절대 받지 못하고, 어떤 사람들은 절대 주지 않죠


Some people never die and Some never live

어떤 사람들은 죽을 수도 없고, 어떤 사람들은 살 수도 없어요.


Some folks treat me mean

Some treat me kind

어떤 사람들은 나를 함부로 대하고,

어떤 사람들은 친절하게 대해줘요.


Most folks just go their way and don't pay me any mind

대부분 사람은 자기 길을 가고, 나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아요.


Time, oh good good time Where did you go?

아, 그 좋은 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치매의 풍전등화 앞에 서 있는 어르신들이 “Time, oh good good time. Where did you go?”라는 물음에 “Here and now”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고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소중하게 살아가시면 좋겠다. 


출처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http://www.dementianews.co.kr)